들어가며
주방으로 걸어간다.
분명 무언가가 필요했다.
냉장고 문을 연다.
그리고 몇 초가 흐른다.
우유를 찾으러 온 건가?
물을 마시려고 했나?
과일을 꺼내려고 했던 것 같은데?
냉장고 문은 열려 있고 나는 가만히 서 있다.
한참 동안 냉장고 안을 바라보다가 결국 문을 닫는다.
그리고 다시 소파에 앉는 순간 생각난다.
“아 맞다, 요거트 꺼내려고 했었지.”
다시 냉장고 앞으로 간다.
이런 경험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다.
왜 우리는 냉장고를 열자마자 원래 하려던 일을 잊어버리는 걸까?
분명 목적은 있었다
재미있는 점은 아무 이유 없이 냉장고를 여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물 마시기.
음료 꺼내기.
반찬 확인하기.
간식 찾기.
분명 목적은 존재했다.
그런데 냉장고 문을 여는 순간 그 목적이 사라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동하는 순간 생각이 끊긴다
사람은 한 가지 생각만 하며 살아가지 않는다.
냉장고로 걸어가는 동안에도 다른 생각을 한다.
휴대폰 알림이 떠오르기도 하고,
해야 할 일이 생각나기도 하고,
방금 본 영상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원래 하려던 목적이 잠시 뒤로 밀려난다.
냉장고는 생각보다 정보가 많다
냉장고 안에는 다양한 물건들이 있다.
음료수.
과일.
반찬.
소스.
간식.
수많은 물건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래서 원래 찾던 것보다 다른 것에 관심이 쏠리기도 한다.
“어? 이거 아직 있었네.”
“이거 유통기한 언제까지지?”
이런 생각들이 이어지면서 처음 목적을 잊어버리는 것이다.
사실 배가 고프지 않을 수도 있다
심심할 때 냉장고를 여는 사람도 많다.
배가 고픈 것은 아닌데 뭔가 먹고 싶다.
그래서 냉장고를 연다.
하지만 막상 열어보면 딱히 먹고 싶은 것이 없다.
그래서 몇 초 동안 가만히 서 있게 된다.
밤에는 더 자주 발생한다
특히 밤늦게 이런 일이 많다.
야식이 먹고 싶은 것 같아서 냉장고를 연다.
그런데 막상 뭘 먹고 싶은지는 모른다.
그래서 냉장고 안을 구경만 하다가 문을 닫는다.
그리고 10분 뒤 다시 연다.
놀랍게도 내용물은 그대로인데 또 확인한다.
냉장고를 여러 번 열게 되는 이유
한 번 열어보고 닫았다.
그런데 조금 뒤 또 연다.
왜일까?
혹시 새로운 음식이 생겼을 리는 없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다르다.
두 번째 열었을 때는 뭔가 먹고 싶은 것이 보일 것 같은 기대가 생긴다.
그래서 반복해서 확인하게 된다.
어머니들이 냉장고를 정리하는 이유
집에서 부모님이 자주 하시는 말이 있다.
“문 좀 빨리 닫아.”
“뭐 찾는 건데?”
냉장고 문을 오래 열어두면 냉기가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찾는 사람 입장에서는 자신도 뭘 찾는지 잠시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다이어트 중에는 더 자주 열린다
다이어트를 할 때 이상하게 냉장고를 더 자주 열게 된다.
먹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할수록 음식에 더 관심이 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먹지는 않더라도 냉장고를 확인하는 횟수는 늘어나기도 한다.
냉장고는 작은 보물창고 같다
사람들은 가끔 냉장고에서 예상치 못한 것을 발견한다.
예전에 사둔 디저트.
잊고 있던 음료.
남아 있던 간식.
그래서 냉장고를 열 때 작은 기대감이 생기기도 한다.
마치 보물찾기와 비슷한 느낌이다.
가장 허무한 순간
냉장고를 열었다.
한참 동안 구경했다.
문을 닫았다.
그리고 자리에 돌아왔다.
그 순간 갑자기 생각난다.
“아 맞다.”
결국 다시 일어나 냉장고로 향한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대표적인 순간이다.
마무리
냉장고 문을 열어놓고 가만히 서 있는 것은 게으른 행동도 아니고 이상한 행동도 아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는 일상적인 순간이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생각을 하기 때문에 잠시 목적을 잊어버릴 수 있다.
그래서 냉장고 앞에서 멍하니 서 있는 모습은 어쩌면 현대인의 자연스러운 풍경인지도 모른다.
오늘도 누군가는 냉장고 문을 열고 한참 동안 안을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 그 사람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내가 뭘 찾으려고 열었더라?”